그녀의 소설들은 상대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서로의 속마음도 까뒤집지 않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사랑을 하늘빛과 먼지, 바람으로 감싸며 간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여성 간의 정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대만 작가 천쉐와 정반대에 위치시킬 수 있는 작가입니다. 딩옌 소설 속 주인공들은 금식하고 수행하고 마음을 가지런히 다잡으려 노력하는 사이 저도 모르게 마음에 균열이 일어나 스스로를 질책하는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들만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딩옌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그녀의 모든 소설이 티베트 불교와 서역 지방 무슬림 간의 자디잔 일상의 충돌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티베트 불교는 한국·중국의 불교와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조금 익숙하지요. 반면 이슬람교는 이웃인 티베트인들에게조차 이해가 안 가는데, 히말라야 설산 자락 주민들을 등장시키는 딩옌의 작품은 무슬림의 종교적 헌신성을 더없이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마치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종교에 온몸을 바치는 순간이라는 듯이요.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여기 나오는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금식하며, 모스크에 가서 말씀을 공부하고 예배를 드립니다. 그 모습을 티베트 불교인들이 관찰합니다. 저들은 왜 저러는 걸까. 이해는 안 되지만 존중하는 모습으로 지켜봅니다.
저는 이 소설 속 무슬림들을 보면서, 힌두인으로서 핍박받는 무슬림 편에 서는 라훌의 마음에 제 마음을 포갰습니다.
글항아리에서 곧 나올 이 두 책을 겹쳐 읽는다면 좋겠습니다. 라훌의 책은 ‘걸작 논픽션’ 시리즈에 속하고, 딩옌의 소설은 ‘거장의 클래식’에 포함됩니다. ‘걸작’과 ‘거장’이 만날 때 빚어지는 마음의 소리, 문장의 홱 낚아챔, 꼼짝없이 쏟아붓게 되는 시간 속에서 강렬한 감정과 사고 몇 가닥을 길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